더욱 넓어지고 깊어진 활동으로 진보하는 한살림이 되겠습니다!

 

글 김재겸 상무이사

 

1986년 12월 작은 쌀가게를 열어 한살림을 시작한 지 28년이 되었습니다. 2014년에 다시 새롭게 하는 한살림 활동을 생각하며 박재일 초대 회장님이 즐겨 말씀하셨던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는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박 회장님의 말씀대로 한살림은 지금까지 조합원과 생산자가 하나 되는 ‘생산과 소비의 협동’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살림은 소비자만의 이익을 도모하는 협동이 아닌, 스스로 밥상을 건강하게 차리고 생산을 변화시키며 생산지에 공동체를 확산하는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을 일궈왔습니다. 그리고 한살림서울은 중기계획(2013~2015년)을 세우며 밥상․농업․생명살림의 사명에 ‘지역살림’을 새롭게 보태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생산과 소비의 협동의 길을 넓혀 먹을거리, 돌봄, 에너지 등에 대한 조합원의 생활 자치력을 높이고, 지역에서 이웃을 친구로 만나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고민과 노력의 연장선에서 세워진 한살림서울의 2014년도 사업 및 활동 계획에 대해 몇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식량 자급력 향상을 위한 주요물품 이용과 지속 가능한 농업 만들기

쌀 한 톨, 두부 한모를 소비하는 것으로부터 한살림 활동은 시작됩니다. 2013년에 한살림서울에서는 쌀, 밀, 콩, 유정란을 주요 이용 물품으로 정하고 쌀과 콩의 이용 촉진을 위한 ‘방가방가 반 가마’ 등의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두부의 경우, 연간 108,364명의 한살림서울 조합원이 1인당 평균 15모를 소비하여 전체 공급량이 전년 대비 36.4% 증가했습니다. 한살림 전체로는 콩 소비가 전년 대비 120톤 증가하였고 17만 평의 콩 경작지가 늘었으며, 69명의 콩 생산자가 새로 한살림 생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에도 지속적으로 쌀, 밀, 콩 등에 대한 이용촉진 활동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또한, 작년 한 해에도 2012년부터 운영해온 생산안정기금으로 재해를 당한 134명의 생산자를 지원하였습니다. 올해부터는 가격안정기금도 운영하여 시중 가격에 큰 폭의 변동이 있을 경우 완충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둘째, 돌봄 정책 마련과 돌봄 활동의 시작

2013년도에는 이사회와 돌봄추진회의, 운영위원 등이 참여하여 조합원 의식조사에서 81%의 지지를 얻은 ‘돌봄 활동’에 대한 필요를 확인하고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2014년에는 돌봄 사업의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조합원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합니다. 설문조사는 정책마련을 위한 과정이면서 돌봄 활동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셋째, 조합원 생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물품사업

올해는 조합원들이 한살림 물품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요일에 개장하는 매장 수를 8개 이상 늘리고, 주 2회 공급도 한살림서울 관할 전체 지역의 50% 이상에서 시행할 예정입니다. 소형매장이나 복합매장 등 새로운 형태의 매장도 지속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시험해볼 것입니다.

 

넷째, 지구조직을 중심으로 조합원 활동과 기초조직 활성화

지구조직은 지부보다 생활에 더욱 밀착한 규모인 구별 조합원 활동 단위입니다. 지구모임은 마을모임과 같은 기초조직의 운영조직이면서 지역에 근거한 조합원 활동을 기획하는 단위입니다. 한살림 운동에 있어 기초조직은 생활조직이면서 조합원들이 만나는 최초의 모임입니다. 기초 조직을 활성화하고 생활 밀착형 조합원 활동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지구조직이 조합원 활동의 중심으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생활의 위기는 더욱 깊어진 지금, 협동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이 대안적 삶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보여줍니다. 올해 한살림서울의 활동이 ‘조합원의 힘으로 지역 속에서 생동’하여 삶의 대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웃을 친구로 만나고 우정을 나누며 생활 자치력을 한걸음 높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기획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4.04.10 17:57

기획_ 재난 이후의 세계 후쿠시마로부터 전해온 희망

재난 이후의 세계 후쿠시마로부터 전해온 희망

 

글 홍유진 홍보위원

 

지난 1월 9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특별한 간담회가 열렸다. 3.11 원전 사고로 큰 피해를 당한 후쿠시마 지역의 주민과 자원 활동가들로부터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재난을 이겨내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당시, TV에선 재난 영화 같은 핵발전소 사고 장면을 끊임없이 방영했고 우리도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기며 함께 걱정하고 슬퍼했다. 하지만 이제는 방사능 위험성만 두려워할 뿐 후쿠시마 사람들은 잊고 살아온 게 현실이다. 그 사이 일본에서는 자구 노력이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날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발표자는 NPO 법인 후쿠시마 지원 사람과 문화 네트워크 사무국장인 군지 마유미였다. 그녀는 후쿠시마 출신으로 시민연대평화단체인 WE21 JAPAN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우리는 체르노빌 지역의 보육원을 방문했습니다. 그곳 아이들은 생기가 없고 조용했어요. 모든 아이가 호흡기, 소화기, 시력장애, 권태감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고 당시 제대로 된 사후 대책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원전 사고는 사고 당시보다 사후에, 그리고 아이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도 가장 시급한 보호 대상이 재난 지역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에 밖에서 마음대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방학 동안 다른 지역으로 캠프를 가거나 리프레시 하우스에서 지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원전 아동 이재민 지원법’을 국회에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쿠시마가 고립되지 않도록 후쿠시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더불어 시민들이 힘을 모아 ‘방사능 측정실’ 및 ‘원전 재해정보센터’도 만들었는데, 이런 일련의 활동을 국가가 아니라 시민 사회 차원에서 벌이는 것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한 채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뒤이어 이와키 오텐토 SUN 기업조합의 사무국장인 시마무라 모리히코의 발표가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묻습니다. 후쿠시마를 떠나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평생 살아온 터전을 떠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현 이와키시에서 피해 지역 활동 대표와 환경전문가들이 모여서 후쿠시마의 미래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유기농 면화 사업’과 ‘태양광 발전 시설 설립’, 재난 지역을 돌아보고 교훈을 삼자는 ‘재난 지역 부흥 스터디 투어’였습니다.”

 

현재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는 유기농 면화를 재배해 기념 티셔츠와 면화씨가 들어있는 코튼 인형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가 인형에 들어있는 씨를 재배하여 얻은 면화를 다시 이와키시에 보내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끊임없이 지속시키고 후쿠시마를 다시 살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씨앗 하나가 제품이 되기까지의 각 단계마다 토양, 새싹, 면화, 제품 등에 대한 철저한 방사능 검출 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발표가 끝나고,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사는 현재 후쿠시마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후쿠시마 사람들이 배타 당하거나 이주민과 원주민 간, 이주민 간에 벌어지는 갈등 문제였다. 원전 피해자들은 도쿄 전력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지만 쓰나미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지 못해 벌어지는 갈등이 빈번하다고 했다. 지원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이재민과 원주민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도 있다고 했다.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시간을 넘겨 진행된 간담회는 군지 마유미 사무국장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우리도 이런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지 몰랐습니다. 한국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현재,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 없이도 살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교훈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기고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4.04.10 17:40

기고_ 설탕, 필요와 원칙간의 접점을 찾아서

설탕, 필요와 원칙간의 접점을 찾아서

 

글 장준걸 설탕취급논의 TFT

 

 

한살림은 2008년, 토론회를 개최하고 한살림운동과 공정무역의 양립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공정무역 물품을 직접 취급하진 않되, 가능한 제3세계 지역과의 연대와 교류 및 지원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살림은 2009년부터 일본의 시민단체, 생협들과 함께 아시아민중기금을 결성하고 해마다 정기 후원을 통해 아시아 지역 저소득 농민들을 지원해왔으며, 필리핀 네그로스와의 교류도 매년 진행해왔습니다. 하지만 교역이 동반되지 않는 민중교류의 한계와 설탕 공급에 대한 필요성도 여전히 제기되어, 조합원 공급을 위한 설탕 취급에 대해 다시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의식조사, 설탕의 필요를 알아보기

설탕에 대한 조합원의 이용현황과 의견청취를 위해, 한살림서울을 비롯한 7개 지역 한살림들은 9월 30일부터 2주간 매장과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신뢰도 95%±2.31%p, 추출된 조합원 중 1,783명이 설문조사에 참여).

조사결과 조합원 10명 중 8명이 설탕을 사용하고 있고 꿀이나 조청으로 대체하는 조합원이 약 17%,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2%로 나타났습니다. 60%의 조합원이 정제 설탕(백설탕, 황설탕, 흑설탕)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실․유자 등 효소나 청을 만들 때(60.6%) 설탕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조합원의 85.8%는 한살림에서 설탕을 취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특별품’ 보다는 ‘상시 공급’을 선호했습니다. 설탕을 취급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50% 이상이 ‘설탕 사용을 줄이는 식생활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정책토론회, 조합원의 생생한 의견 듣기

지난 11월 8일, 중구 구민회관에서는 ‘한살림 설탕 취급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방식은 토론에 앞서 지금까지의 설탕 취급 논의 과정과 설탕 취급에 관한 조합원 설문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패널들의 발제와 토론 및 청중의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이 이어지는 순으로 3시간 30분간 진행되었습니다. 조합원의 필요를 감안하여 설탕 공급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과 우리 농민과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물품을 취급하지 않는 한살림의 원칙을 고려하여 설탕 취급에 반대한다는 의견, 일반무역이 아닌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하는 물품들은 제3세계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 등 각자 다른 견해를 가진 토론자와 참여 조합원들의 다양한 입장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행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지만, 참가자들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느라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향후 더 많은 조합원님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기약하며 이번 토론회를 마쳤습니다.

 

접점, 정답이 아닌 만들어가기

과연 이 설탕 논의에 정답이 있을까요? 설탕 취급에 관한 정책토론회처럼 그동안 한살림에서 진행해온 논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정답을 찾아내는 것보다 서로 다른 입장의 의견들을 하나로 합의해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한살림, 그 속에서 행복한 조합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설탕 취급에 대한 논의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설탕 취급에 관한 한살림의 고민을 함께 나눠주세요. 그래야 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고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4.04.10 17:33

기고_ 길에서 한살림을 만났습니다

길에서 한살림을 만났습니다

 

한살림서울 홍보기획팀

 

이번 가을, 혹시 거리에서 한살림을 만난 적 있으신가요?

한살림서울은 지난 10월 29일~31일, 11월 14일~15일 등 총 5일 동안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과 중랑구청 앞, 호평역 사거리 앞, 신천역 등 4곳에서 비조합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방식의 ‘말 걸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살림입니다!

한살림서울 활동가와 실무자들은 ‘먹기만 해도 농촌과 자연을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 한살림입니다’를 주제로 작은 홍보 부스와 포스터들을 거리에 전시하고 한살림 호박쌀엿이 붙은 전단지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드리며 한살림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살림과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해 설명할 수 있도록 잠깐의 짬을 내주십사 청하며 일대일로 눈을 마주하고 한살림의 가치와 그 가치가 담겨있는 물품과 활동에 대해 열심히 안내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약 30명의 한살림서울 활동가와 실무자가 여러 곳에서 나누어 부스를 운영한 덕분에 지나가는 시민 약 7,000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광고 대신, 내가 만난 한 명과 눈 마주치고 대화하기

매장과 지부 활동가들이 모두 열심히 참여한 한살림서울 북동지부, 사무국장과 활동팀장, 공급팀장이 먼저 부스를 운영해보며 경험을 쌓은 북부지부, 번화가와 지하철에서 소음과 추위에 고생하며 홍보를 한 기획부 실무자들 모두의 진심이 잘 전해져서인지, 60명이 넘는 시민이 현장에서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기분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보람 있었던 점은 이번에 조합원이 되신 분들이 일회성 광고나 언론 홍보로 인한 관심에서가 아닌, 한살림에 대한 진지한 설명을 듣고서 가입하였다는 것입니다.

거리에 서보니, 생각보다 한살림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안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은 참 많지만, 이미 한살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활동가나 실무자들이 한살림을 낯설어하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은 의외로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깊을수록 가볍게, 어려울수록 쉽게 설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한살림이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기에 그만큼 쉽고 편안한 언어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기억나는 것 역시 사람

거리에서 한살림을 홍보하며 시민들과 조합원을 만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것도 역시 사람들입니다. 들어는 봤는데 잘은 모른다며 설명을 유심히 듣고 즉석에서 가입한 분들, 따뜻한 눈인사를 건네며 한참을 들여다보고 지나갔던 기존 조합원들, 잠시 한국에 들렀다가 부모님이 창립 조합원인 한살림을 만나 감회가 새롭다던 독일 교포, 격려차 레몬차를 사람 수만큼 주고 간 조합원, 친환경 물품의 특징에 대해 잘 이해해 준 신규 가입 조합원들….

그러고 보니, 활동가와 실무자가 한살림을 대표해서 시민들을 만난 게 아니라 시민들 속에 있던 또 다른 한살림을 만난 거였네요. 역시, 한살림은 홍보 매체도 사람이었고 얻는 것도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문턱 없이 더 많은 시민을 만나 한살림을 제대로 알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한살림 매장이 단순히 유기농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밥 한 그릇을 통해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생명사상이 숨 쉬고 있는 곳임을, 우리 땅과 농부를 살리는 일이 일어나는 곳이자 건강한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조합원이 만나 상시적으로 도농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장터임을 공감하며 진심으로 함께 ‘한살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알뜰하고 검소한 소비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요

글 조현정 환경위원

 

서울시 음식물 쓰레기는 도봉구사료화시설, 서대문구퇴비화시설, 강동구사료화시설,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송파환경자원센터 등 5개 공공처리시설에서 처리하고 있다. 그래도 남는 것들은 경기도 및 충청권 민간처리시설을 이용한다.

이 중 한살림서울 환경위원회가 방문한 강동구 음식물 재활용센터는 1999년 퇴비시설로 시작해서 2000년에 40억 원의 시설비를 들여 지금은 사료화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강동구와 인근 자치구에서 남은 음식물을 사료화하여 지방 축산농가에 무상 보급한다. 하루 36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강동구 음식물 재활용센터는 서울시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서울시 음식물 쓰레기의 14~15%를 처리하여 가장 많은 양을 소화해내는 곳이다.

 

음식물 쓰레기차가 음식물처리장에 음식물을 싣고 오면 이물질을 분리한 후 원심분리기를 통해 탈수하여 폐수를 분리한다. 그런 다음 선별 및 파쇄하여 건조시킨 후 냉각하고 분쇄하여 저장한 후 인근 축산농가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폐수는 물재생센터로 이동하여 하수 처리된다.

음식물 쓰레기가 사료로 만들어지는데 여름에는 3시간, 겨울에는 5~6시간이 걸리며 퇴비로 만드는 과정은 훨씬 오래 걸린다고 한다. 처리시설 운영에 연간 70억 원이 사용되는데 그중 25억 원이 음식물 건조를 위한 도시가스비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에너지를 이렇게나 많이 쓴다고 하니 환경위원들의 긴 한숨이 이어졌다.

역시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모아졌다.

강동구가 퇴비공장으로 시작하여 사료시설로 바꾼 이유는 염분 비율이 너무 높아서였다고 한다. 맵고 짠 한국 음식의 특성 때문이다. 현장에서 살펴보니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는 염분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이물질 때문에 기계고장이 잦은 것도 문제였고, 음식물 쓰레기의 물기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돌멩이나 숟가락, 젓가락, 유리병 등의 이물질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의 85%를 차지하는 물을 꼭 짜서 버리면 연간 1,800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 중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었지만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해 보인다. 시중에 판매되는 불법 오물 분쇄기들도 음식물을 분쇄하여 하수처리 시설로 보내는 것이라 수질오염의 문제가 생긴다. 환경부 인증 제품인지 따져봐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생활 패턴을 점검해 보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식재료를 구입하여 버리지는 않는 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자주 점검하는지, 음식은 먹을 만큼만 조리하는지, 외식을 너무 자주 하지는 않는지 등….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공공기관의 정책들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아름다운 생산, 재사용

 

글 윤선주 한살림연합 이사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즘은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어제 무얼 했는지, 반찬은 뭐였는지는 가물가물해도 어렸을 때 엄마가 떠 입혔던 빨강 스웨터나 처음 샀던 책받침은 선명하게 무늬까지 생각이 난다. 일회용기를 분리수거 할 때도 늘 생각이 나는 일이 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거버 이유식 병'에다 깔끔하게 김치를 싸갔던 초등학교 점심시간, 드디어 나도 김칫국물이 새지 않는 도시락을 가져왔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뛰었던 생각이 난다. 한번 사용했던 빈 병이 시장에서 팔리고, 더군다나 모든 친구들이 다 갖고 다니지는 못했던 것을 보면 아마도 엄마들이 무시해도 좋을 값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부엌을 청소하다 보면 이 구석, 저 구석에서 깨끗이 씻어 둔 빈 병들이 나오곤 해서 혼자서 웃기도 한다.

 

한살림은 처음부터 쓰고 버리는 생활에 대한 대안으로 조합원 활동을 통해 ‘병 재사용 운동’을 해왔다. 병뿐만 아니라 채소를 담았던 나일론 망, 채소 봉지, 종이 상자, 철끈, 폐식용유 등을 알뜰하게 모아 다시 쓰거나 재활용해왔다. 이 아름다운 전통이 한살림이 갖는 차별성이기도 하다. 가열해도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는 가장 안전한 포장재인 병을 재사용하는 것은 계속 노력해 점차 확산하였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조합원은 병에 붙은 라벨을 깨끗하게 떼어내기가 어렵고 작은 규모의 생산지에서는 병 닦는 시설을 운영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어려움을 조직에서 해결하고자 안성에 문을 연 새 물류센터에는 재사용 병 세척시설(1일 최대 96,000병 세척)을 세우고 가동 중이다. 20년쯤 전 일본 생협에 연수 갔을 때 병 재사용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당시 환경위원이었던 나는 몹시 부러워 실제로 배가 좀 아팠었는데, 이제 우리도 이런 시설을 갖춘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꿈을 함께 꾸고 늘 그 꿈을 향해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또 한 번 확인해 가슴이 벅차다.

 

우리 한살림에게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병을 재사용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일인데, 생산자와 소비자가 물품이 담긴 용기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시 쓰는 일은 새로 만드는 일보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환경과 미래를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정된 지구의 자원과 물,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생산과정에 쓰인 물은 공장 폐수가 되어 수질을 오염시키고 이산화탄소는 대기를 더럽히며 기후 변화를 가져온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병은 쓰레기가 되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엄청난 처리 비용을 들게 한다. 이 모든 일을 최소화하는 일이 재사용이다. 깨끗하게 처리해서 다시 쓰는 일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생산 활동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한살림의 생명살림 활동이다.

후쿠시마 3년과 햇빛발전소

 

글 백필애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처참한 인재를 겪은 지 3년이 되어갑니다. 우리가 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봄이 오기 때문입니다. 동해 건너 바로 이웃한 일본 동북지방에도 기다리던 봄이 올까요?

사고지점으로부터 20km 반경 이내에는 아무도 살 수 없고, 소출한 작물은 먹어서도 안됩니다. 농도가 가장 낮은 저준위 방사능물질의 반감기만 해도 27만년이 걸린다고 하니, 후쿠시마에 생명의 봄은 긴 긴 세월동안 오지 못할 것입니다.

2011년 3월 11일 꼭 하루 전 날로 되돌아가고 싶다던 현지시민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그러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환경역시 보전만이 가능할 뿐 복원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사고 이후 우리나라도 변화된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얼마전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최종심의, 확정했습니다. 전력 설비 대비 원전비중은 1차 계획 때 수립한 41%보다는 축소되었으나, 민간합동워킹그룹 권고안의 최대치인 29% 수준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원전은 현재 23기에서 2035년까지 최소한 39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민관합동워킹그룹 권고안의 최소치인 11%로 확정되어 미국과 유럽이 2020년까지 20% 신재생에너지 비중계획을 세운 것에 상당히 뒤쳐집니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죽고 난 뒤에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면 무슨 소용일까요?

한살림은 새로 준공한 안성물류센터의 5,200m² 지붕에 햇빛발전모듈을 설치하였습니다. 조합원의 힘으로 출자금을 조성하여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하였고, CO² 배출이 없는 청정전기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과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구를 위해 펼치는 한살림의 대안운동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환경보존의 그 길을 함께 걸어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물고기 캠페인 3월 생활 실천

손수건을 가지고 다녀요.

 

- 공중화장실의 손건조기 사용하지 않기

- 가방에 휴지 대신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 종이행주 대신 천행주를 사용해요.

 

밀양 할매, 할배들과 송전탑

 

글 이광칠 조합원(前 환경위원)

 

 

오늘도 밀양에서는 한 겨울의 칼바람과 추위 속에서 고령의 할매, 할배들이 아들 같은 경찰들과 송전탑 건설을 두고 대치 중이다. 765,000볼트의 초고압 송전탑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세워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10년을 끌어온 송전탑 반대 투쟁을 거치며 할매와 할배들의 몸과 마음은 탈진되었고, 그로 인해 병원과 경찰서행이 빈번해졌다. 심지어 2012년 이치우 할아버지가 분신 사망한 데 이어, 작년에는 유한숙 할아버지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반대하는 이유는 초고압 송전탑이 마을 가까이 지나갈 경우, 전자파로 인해 소도 송아지를 낳을 수 없고 벌이 꽃을 찾지 못하게 되는 등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죽은 마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안타까운 소모전의 원인은 결국 대화의 불통에 있다.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건설 계획을 세우기 전에 피해가 우려되는 주민들과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대며 대화를 통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당연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우리는 핵발전에 대한 국제 동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3년 전 일본 후쿠시마 핵폭발로 인해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타이완 등 많은 나라들은 핵발전을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고, 일본도 원전 50기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 핵발전을 계속 늘려 전력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밀양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각종 시민단체 회원들과 종교계 관계자들이 밀양을 방문해 시위하면서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250여 개의 각 분야 시민단체들은 ‘밀양 송전탑 서울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송전탑 건설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택에서 찾아온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는 “밀양에 처음 왔는데,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송전탑 공사를 한다고 구덩이를 어마어마하게 파 놓았더라고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고 단지 눈감을 때까지 농사지으며 사는 게 소원이신 어르신들의 소박한 소망마저 짓밟는 정권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한 명 한 명 손잡으며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보니깐 너무 늦게 온 게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나의 작은 발걸음이 힘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마지막에 할매들이 우실 때에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을 위협하는 송전탑 건설은 이대로 진행되어야 할까?

비누 하나면 장땡!

 

글 김진숙 환경위원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청결에 신경을 쓰고, 각종 다양한 용도별 세제를 사용하여 생활 속 멸균과 강력한 세정력에 집착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흰옷은 더욱 희게, 색깔 옷은 선명하게’ 빨래해 준다는 세탁용 세제를 비롯해 주방 세제, 화장품, 샴푸, 린스, 치약 등 각종 생활용품에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함유되어 있다. 그 종류만 해도 무려 2,0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합성 계면활성제가 자연 속에서 분해되지 못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피부에 스며들어 몸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확인 된 바 있다(KBS 스펀지 2.0 ‘샴푸의 비밀’ 참고).

‘비누 하나면 장땡’이던 시절을 얘기하면 구시대적인 걸까? 각종 세정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누의 다양한 활용법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예찬하게 될지도 모른다.

빨랫비누와 소다를 함께 쓰면 주방의 기름때를 제거할 수 있고 EM 발효액을 비누와 함께 사용해 애벌빨래를 하면 뛰어난 세척 효과뿐 아니라 탁월한 표백 효과도 볼 수 있다. 비누로 닦은 욕실 거울에는 김이 서리지도 않는다. 작아진 비누 조각은 스타킹에 넣어 세탁 시 빨랫감과 함께 돌리면 세제보다 더 깨끗이 빨래를 할 수 있고, 양변기 물통에 넣어 두면 향도 나고 물을 내릴 때마다 변기 세정도 된다. 또 분무기에 비누 조각과 함께 물을 넣으면 바로 물비누가 되어 다양한 사용이 가능하다.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뻣뻣하고 두피가 상하기 쉽지만, 식초 몇 방울을 넣어 헹구면 모발도 부드러워지고 두피에도 해가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비누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문명의 발달이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오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조금 불편하고 느려도 올바른 선택과 활동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외면해선 안 된다. 몸에도 좋지 않고 환경도 파괴하는 합성 계면활성제 제품들 대신 비누를 이용하여 조금씩 삶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최근에는 천연계면활성제 혹은 無 계면활성제 제품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값이 비싸다. 약간의 지혜를 발휘한다면,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환경과 내 몸을 살리는 깔끔이가 될 수 있다. 여전히 ‘비누 하나면 장땡!’일 수 있다.

 

-------------------

물고기캠페인 11월 생활실천 : 비누를 사용해요.

•친환경 세제를 사용해요.

•식초에 소금을 넣어 락스 대신 사용해요.

•샴푸 사용을 조금씩만 해요.

•린스 대신 식초나 오일을 이용해요.

•EM 발효액을 다양하게 활용해 보아요.

<식량주권 연속기획 - 생산과 소비는 하나! 소중한 식량을 지켜요>

① 흔들리는 ‘식량 공장’, 캘리포니아의 미래는?

② 지역 농업이 밥상을 구원한다.

③ 한살림을 하는 것은 곧 생존권을 지키는 일!

 

2013년 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의 최저 수준인 22.6%.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 미만이다. 국내 농업 기반이 흔들린 자리를 수입 농산물이 채우고, 해마다 잠실 야구경기장 2만 개 정도의 농지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이번 호부터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식량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흔들리는 ‘식량 공장’, 캘리포니아의 미래는?

 

글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 <밥상혁명> 제자

 

지금 이 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한 도시에서 쓰고 있습니다. 공부를 핑계로 1년간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되었거든요.

이곳에 온 지 채 한 달도 안 된 터라서,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바로 먹을거리입니다. 평소 쇠고기를 비롯한 미국산 먹을거리의 실상을 누구보다도 앞장서 취재, 보도해 왔으니 말해 뭣하겠습니까? 더구나 두 돌도 안 된 아기가 있다 보니, 먹을거리에 더욱더 예민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곳 사정을 알면 알수록 요지경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요? 미국의 유기농 열풍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유기농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홀 푸드 마켓(WHOLE FOOD MARKET)’이나 ‘트레이더 조(Trader Joe’s)’ 같은 매장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입니다.

물론 모두가 다 유기농 먹을거리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죠. 많은 이들은 여전히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화학 물질에 찌든 관행 농업, 대량 축산 제품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서글픈 것은 유기농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매장과 이런 곳은 소비자의 옷차림만으로도 구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이런 곳을 찾는 것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때 캘리포니아는 각종 채소, 과일과 같은 먹을거리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공급하는 거대한 식량 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농지를 갈아엎고 도시를 만드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애초 생산했던 과일을 이제는 칠레에서 수입해서 먹습니다.

한 번은 온갖 먹을거리의 원산지를 확인해 봤어요. 유기농이든 관행농이든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한 먹을거리가 의외로 많지가 않더군요. 캘리포니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 세계에서 가장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 중 하나인데, 정작 이곳에 사는 이들은 먼 거리, 심지어 남반구의 칠레에서 건너온 먹을거리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에 테러 전쟁이나 전염병 유행과 같은 일이 이곳 캘리포니아 도시에서 발생한다면, 과연 이곳 시민이 먹을거리를 제때 구할 수 있을까? 확신하건대, 유기농이든 관행농이든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해서 배를 곯는 시민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곳 대다수 시민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과 단절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얘기를 하면 “에이, 설마!” 하는 분들이 있겠죠? 땅도 넓고 힘도 센 미국이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 ‘식량 안보’를 지킬 방안을 분명히 마련해 놓았으리라는 것이죠. 그런데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무너지고 나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에서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 거예요.

사실 뉴욕과 그 인근에는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비옥한 농토와 해산물이 풍부한 바다가 있습니다. 그런데 테러가 발생하니, 정작 뉴욕 시민은 먹을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뉴욕 시민 역시 캘리포니아 도시민과 마찬가지로 각종 매장에서 먼 거리를 이동한 먹을거리를 소비하기만 했을 뿐이었으니까요.

미국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원인을 ‘식량안보’ 보다 더 중요한 ‘식량주권’을 지키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시민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가능한 한 자급자족할 길을 모색하지 못할 때, 그 나라의 식량주권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식량주권을 지키려는 시민과 농민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는 식량주권을 지키려는 이곳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현실도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참,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는 어떻게 구하고 있느냐고요? 그 궁금증도 다음 기회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