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동네에서 마음 맞추며 살아가는 우리 가족 이야기

 

글 안선영 조합원

 

 

 

지난 11월 중순부터 눈이 참 많이 온다. 그것도 쉴 새 없이 펑펑 와서 금세 동네며 산이며 길이란 길은 모두 하얗게 만들어 놓는다.
출근 걱정이 없으니 내리는 눈을 예뻐라 하며 바라본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니 아이들 학교 가기가 불편해지고 언덕 위에 사는 이웃들은 쉽게, 자주 발이 묶인다. 겨울에 먹을 감자, 고구마, 밤 등 간식거리를 많이 준비해두라는 이웃의 조언이 이제야 실감 난다. 김장김치가 많아야 겨우내 든든하다고 해서 친정에서 가져다 먹던 김장 김치를 올겨울엔 손수 120여 포기나 담궜다.
우리 가족(남편과 나,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은 작년 4월 서울을 떠나 이곳 상주로 이사 왔다. 결혼 후 처음 이사한 동네가 시골!!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 많구나 싶어 웃음이 난다.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귀농 혹은 귀촌 뭐라 불러도 사실 상관은 없다.

괴산과 경계지역인 이곳은 몹시 추운 동네다. 지난겨울에는 영하 27도까지 내려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지만, 용감하게 남편과 이곳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이불로 꽁꽁 싸서 창고에 두었던 배추와 무, 호박이 겨울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꽁꽁 얼어서 먹지 못하게 되었고, 목돈을 들여 장만해 놓은 나무도 하나 둘씩 구들방과 화목 보일러에 땔감으로 들어가 키보다 훨씬 높던 장작더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길에 다니면 내 눈에 땔감용 나무만 보인다는 사실을
느끼며 웃음이 났다. 월급을 받는 생활이 아니니 씀씀이를 아껴야 하므로 조금 춥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무도 조금씩 사용하고 생활비도 최소한으로 한다. 살다 보면 적응이 되겠지….
버튼만 누르면 따뜻해지고, 뜨거운 물 나오고, 월말에 돈만 지불하면 되었던 생활에서,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수고로운 시간을 가져야 따뜻한 물 한 바가지라도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

농사라고는 마당에 스티로폼 상자 텃밭의 경험이 전부인 우리 부부는 이웃의 따뜻한 도움을 받으며 집 주위의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고, 오미자밭을 조금 임대하여 바쁘게 봄부터 겨울을 지나왔다.
급작스레 들깨를 심게 되었을 때는 들깨 모종이 부족한 것을 아시고 동네 어르신들이 도와주셔서 우리 밭에 모두 여섯 집의 들깨 모종이 심어지는 재미난 경험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사 와서 좋은 이웃을 참 많이 만난 것이 감사하다. 초보 농사일이 마무리되니 여유가 있어 요즘은 솔뫼농장에서 메주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한살림 물품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

서울을 떠날 때 서운해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부러워하거나 기대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음을 기억하며, ‘귀촌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살아야지, 재미나게 천천히 살아야지’ 한다. 혹독한 한겨울 추위를 잘 이겨내고 시작될 우리 가족의 귀농이야기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