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2.07.30 11:08

기고_ 탈핵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탈핵칼럼_

 

탈핵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에 오염된 참다랑어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잡혔다.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다랑어가 1만㎞ 이상 이동한 것이다. 10년 뒤면 후쿠시마에서 방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해류의 흐름을 타고 태평양 전역으로 확산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후쿠시마 사고가 보도되지 않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이 땅과 대기와 바다를 오염시켰고, 방사능은 생명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방사능 오염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2011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핵전기를 생산해냈다. 일본은 후쿠시마 이후 핵발전소 운영을 차례로 중단하면서 현재 1기만 가동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곧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핵전기를 생산할 판이다. 국토면적 대비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동 중인 핵발전소 23기이며, 앞으로 10기 이상 더 지을 계획이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났다. 그만큼 핵발전소 사고의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리1호기는 불안 불안하다. 1977년 완공된 고리1호기는 2007년 수명이 끝났지만 10년을 연장해서 가동하고 있다. 지난 2월 9일, 주전원이 끊기고 비상발전기까지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 12분이나 지속되었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몰랐다”며 면피하기에 바빴고, 그 와중에 한수원 직원들은 핵발전소 납품비리로 22명이 쇠고랑을 차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고리1호기를 가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26일 기자간담회에서 8월 3일 재가동을 발표했다. 어떻게 이렇게 엉터리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후쿠시마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고리1호기 재가동은 지경부 장관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여름철 전력생산 여건이 좋지 않지만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의 1%도 안 된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리1호기를 재가동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기 낭비를 줄이고 아껴 쓰자고 호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아직도 에어컨을 틀고 가게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을 하는 가게들이 있고, 낮에도 필요 없는 조명을 낭비하는 곳들이 많다. 우리나라 전력의 50%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지경부는 그동안 낮은 전기요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전력소비 급증을 방조해왔다. 전기요금이 등유에 비해 싸다 보니 산업계가 전력으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가정에서도 전기난방 수요가 급증해 겨울에도 전력피크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수요관리 실패로 발생한 전력난을 고리1호기 재가동의 빌미로 삼는 것은 무능을 넘어 부도덕한 일이다. 고리1호기의 위험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핵산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다.

 

이제 한살림 조합원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산업구조와 삶의 방식을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 전환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의 <원전 1기 줄이기 정책>과 45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탈핵-에너지 전환도시> 만들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량을 늘여가야 한다.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반드시 방사능 물질이 생성된다. 핵전기를 덜 쓰고 싶다면 당장 낭비되는 전력부터 잡아야 한다. 202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수명이 끝난다. 이제는 핵전기 소비 시대가 아니라 책임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발전소 정비 중 정전사고, 발전소장 지시 하에 사고 은폐

지난 2월 9일 계획예방정비 중이던 고리 1호기에서 실수로 정전이 일어났다. 3개의 외부 전원선 중 최소한 한 개의 전원은 연결해 놓은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기본적인 작업규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핵발전소에서 정전이란 원자로의 냉각펌프 등 주요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후쿠시마 핵사고도 쓰나미에 의한 정전사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반경 30km에 인구 320만명이 살고 있는 고리 핵발전소에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전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작동해야 할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원래 고리1호기에는 2대의 비상디젤발전기가 있지만, 한 대는 이미 점검을 위해 해체해 놓은 상태였다. 나머지 한 대가 작동해야 하지만, 공기공급밸브 이상으로 작동을 멈춰 버렸다. 상황이 이러자 이후 12분 동안이나 정전은 지속되었고, 결국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는 36,9℃에서 58.3℃로 21℃나 상승해 버렸다.

여기서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로 접어든다. 이 상황 보고를 받은 고리 제1발전소장은 주요 간부들과 모인 자리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상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관련 법규에 나와 있는 보고 의무 등을 완전히 무시한 채 말 그대로 ‘사고 은폐’를 결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후 1달이나 지나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2월 9일 고리 1호기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아직 의문이 가는 부분은 너무나 많다. 과연 발전소장 선에서 모든 은폐가 결정되었던 것일까? 실시간으로 원자로 상태를 파악하는 각종 시스템은 왜 작동을 멈추었던 것일까? 1달 동안이나 묻혀졌던 내용이 뒤늦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정확한 경위는 무엇일까? 많은 의문점들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고리 1호기는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고, 담당부서인 지식경제부 역시 6월초 진행될 IAEA 조사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IAEA의 목적 자체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즉 핵발전을 옹호하기 위한 기구이고, 그간 핵산업계의 이해를 충분히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IAEA 조사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은 사실상 폐쇄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우연한 사고가 겹쳐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후쿠시마 교훈

최첨단 시설이며, 현대과학의 결집체라는 핵발전소. 하지만 사고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우연이 겹치면서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경험했다. 원래 사고란 예상치 못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절대로 안전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바람’에 불과할 것이다.

 

특히 고리1호기의 경우, 이미 설계한 수명 30년을 넘겨 아직까지 가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수명을 연장한다 할지라도 안전에 가장 중요한 원자로는 교체하지 못한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은 그대로 놓아둔 채, 외부 부품만 일부 바꿔 계속 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경험상 이럴 경우, 엔진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교체하지 않은 다른 부품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등, 자동차가 말 그대로 ‘사고 뭉치’로 변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비상디젤발전기가 1978년 고리1호기 완공 당시에 설치된 기계라는 사실을 안다면, 고리1호기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 문제가 생긴 비상디젤발전기의 부품하나를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다음번에 그 부품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의 악몽을 겪은 일본이 5월 5일이면 54개의 핵발전소 중 마지막 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춘다. 그간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외에도 정기점검에 들어가는 모든 핵발전소의 안전점검 수준을 높이고 지자체의 승인 문제로 핵발전소가 계속 가동중지 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마지막 핵발전소가 가동중지 되는 것이다. 가동중지가 핵발전소 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일본은 전체 전력 중의 25%나 차지하는 핵발전을 모두 멈춘 상태에서 살아가는 첫 실험에 들어가게 된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이는 후쿠시마의 교훈을 수용하려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하지만 바로 옆나라 대한민국은 그와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사고뭉치 고리1호기는 재가동, 삼척, 영덕의 핵발전소 후보지 선정 등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제2의 후쿠시마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느낀 후쿠시마의 교훈을 실천하려면, 고리1호기부터 폐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핵없는 세상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4월 2일부터 서울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점심시간인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고리1호기 등 수명을 다한 노후원전 폐기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릴레이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에너지정의행동 진행 당시의 이헌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