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2.06.05 11:38

하늘에 땅에 차마 못 할 짓

하늘에 땅에 차마 못 할 짓

8차 생명버스 이야기

 

지난 5월 19일 원주 구학리로 떠난 제8차 생명버스. 그 중 세 대의 버스에 한살림서울 조합원 110명이 나눠타고 원주로 향했습니다.

 

생명운동의 근원지, 원주에 골프장이라니... 그날 원주에서 장일순 선생님의 추모행사도 열렸기에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농지를 밀어 극소수의 사람만을 위한 골프장을 짓는 일은 하늘에, 땅에 차마 못 할 짓입니다. 원주 여산골프장은 반드시 막아내야겠습니다.

 

그런 의지와 다짐을 실고 이제 9차 생명버스는 홍천으로 향합니다. 함께 타요, 생명버스!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홍천_ 이병교 생산자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만큼 땅에서 자라는 생명들이 쑥쑥 큰다는데, 오늘도 그 발걸음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매일 미안한 마음으로 “너희들을 꼭 지켜주겠노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골프장건설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강원도 홍천 두미반곡공동체 이병교(46) 생산자를 만나 속내를 들어보았다.

 

2001년 선친이 지켜내신 땅을 저버릴 수 없어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지금까지 한살림 생산자로 살아가고 있다. 일손 하나라도 더 보태야 하는 요즘, 온도에 민감한 ‘쪽파’를 생산하느라 몸은 참 바쁘다. 수박, 가지들도 잘 자라도록 깊숙이 들여다 봐줘야 하는데 그리 못해 속상하다. 유기농업으로 지켜낸 땅을 농약물 속에 잠기게 할 수 없기에 공동체 생산자들과 마을 주민들은 거짓의 환경영향평가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산에 골프장 인허가를 내준 사람들과 건설사에 대응하는 중이다.

 

골프장들에 에워싸인 마을을 지켜라
무려 87%가 산으로 이루어진 홍천의 조용한 마을에 플래카드들이 하나둘 걸리기 시작하면서 마을사람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골프장건설반대에 온 신경을 쏟다보니 유기축산을 위해 지어놓은 우사에 소들도 들어가지 못하고, 농사도 제대로 돌보지 못 하게 되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돈과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건설사들의 힘을 당해내기란 ‘바위에 계란치기’지만 6년이란 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한살림 생산자들과 마을주민들은 맞서고 있다. 특히 마을주민들이 식수로 먹고 있는 ‘지하수’가 오염될 위기에 처해 불안한 상태다. 이병교 생산자는 “산 속에 참 예쁜 것들도 많고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들은 도대체 뭘 위해 다 없애려 하는지 한심하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같은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의 경치 좋고 양지바른 곳은 골프장들이 건설될 예정이라니 잠이 오지 않는다. 현재 홍천군에만 골프장 4곳이 운영 중이고, 6곳이 건설 중, 4곳이 추진 중이란다. 기본으로 짓는 18홀의 골프장의 면적은 30만평의 숲과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없애야 할 정도이다. 예정된 골프장들의 면적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단다. 주민들의 힘이 부족한 마을의 산은 벌써 나무들을 자르고 있다니 생산자들은 눈물이 날 뿐이란다.

 

생명들의 울부짖음을 멈추려 생명버스가 멈추지 않는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연로한 어르신들도 “우리 땅을 지키려는 너희들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살겠니? 우리도 함께 가자”하시며 골프장 건설반대에 동참하고 계신다고 한다. 골프장에 뿌려지는 90%이상이 제초제라니 어떻게 될지는 뻔한 현실 앞에 모두가 하나가 된 생명버스가 움직이면서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어 마을에 희망이 되고 있다. 지역민을 넘어 한살림 도시 조합원들의 힘이 더해져 언제 다시 파헤쳐질지 모르지만 현재는 법원에 철거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사중지’ 상태다. 400톤이 넘는 독성이 강한 제초제와 농약들이 장마 때가 되면 북한강을 걸쳐 한강으로까지 연결되는 홍천강에 흘러내린다면 어떻게 될지 끔찍할 뿐이다.


 

‘강원도의 생명을 살리자’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생명버스’가 한살림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살림 전국 소비자들의 마음이 행동으로 움직여지고 있는 것이다. 생명버스를 탄 도시 조합원은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가슴이 답답했고,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싸워온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는 말을 건넸다. 한살림 생산자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골프장건설계획’들이 백지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면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이병교 생산자는 매일 들여다보는 생명들과 마주하며 열심히 농사짓고 살고 싶은 소박한 꿈을 사람들과 나누고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생명버스가 마을에 들어서면 벅차고, 힘이 솟는다고, 우사에서 여물을 먹고 힘차게 노니는 소들을 빨리 보고 싶다.

윤미라 홍보위원

 


홍천군 서면 두미리 13농가, 반곡리 11농가, 팔봉리 10농가로 이뤄져있는 홍천연합회 두미반곡공동체 생산자들은 요즘 절박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마을이 뚝 잘린 형국으로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할 농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현재 골프장건설이 추진 중인 강원도 내 아홉 개 마을과 연대해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골프장대책위)’에 참여해 삶터를 지켜내고자 하는 고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두미리는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생산지로 120여 가구가 모여 산다. 근처 서면의 4개 마을(두미리, 반곡리, 어유포리, 팔봉1리)과 같이 정부지원을 받아 2005년도부터 유기농클러스터로 조성됐고, 두미리에는 지역순환농업을 위해 유기한우 50두 정도를 키우고 그 분뇨를 자원화할 수 있는 시설도 지원됐다.

‘골프장 개발은 곧 생존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특히나 물 때문이다. 두미리에 별도의 수도시설이나 농업용수시설이 없는 만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종자산 골짜기에 모아졌다 갈라진 지하수는 생활용수이자 농업용수로 귀하게 쓰이는데,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지어지면 농약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산림 훼손은 모든 것을 파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힘겨운 장기전을 계속하고 있는 홍천 생산자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을 지지방문하는 생명버스가 최근 4차까지 이어진 바 있다. 한살림 안팎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