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교육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2.04.04 10:02

2012 한살림교육기획/ 학습기초체력04

2012 한살림교육기획/ 학습기초체력04_ 살아있는 글쓰기2

논술이 논술을 더 망친다

 

주장만 있고 공감은 없는 ‘논술’이라는 글쓰기로 아이들은 점점 더 쓰는 것을 멀리하고 있다.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서술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논술이라고 하는데 타인과의 공감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논술 쓰기에 대한 고민이 더하다.

전편(한살림사람들 4월호 8면 살아있는 글쓰기①)에서 이미 살아있는 글쓰기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만났다. 보통 살아있는 글쓰기와 논술은 정확한 개념의 이해 없이 그 내용면에서 가요와 클래식으로 양분하여 교육하듯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두 영역은 쓰기의 형식을 통해 조금의 변화를 줄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선과 후가 있다면 바로 살아있는 글쓰기이다. 선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약간의 훈련으로 따라올 수 있는 것이 논술이라는 글쓰기이다. 살아있는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소통,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한 모습을 빚는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자기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쓴다는 것은 형식적 차원이지 그 내용은 그 글을 읽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 없이는 아이가 어른 옷을 입는 형상으로 거북스러울 따름이다.

살아있는 글쓰기로 글쓰기에 임하는 마음 자세와 자연스레 글을 써내려가는 힘을 길렀다면 ‘논술’이라는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선 논리적인 주장을 뒷받침할 배경지식이나 근거가 될 만한 지식과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한다. 이 지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데 그건 바로 책읽기이다. 거기에 하나 더 세상읽기, 즉 신문읽기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길러야 한다. 논리적 주장의 지지대가 부실한데 논술을 대비한다고 학원만 보내면 과연 아이가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지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많이 읽고, 생각하고, 진정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과 소통의 자세로 많은 글을 써본다면 어느새 논술의 기초체력은 단단해진다. 거기다 세상을 바라보는 참된 시선과 진정성이 더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논술이며, 나아가서는 입시에서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다음 두 글은 실제 논술 채점을 경험한 입장과 논술로 대학 입시를 통과한 입장에서 논술 교육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정영희 홍보위원

<가르치며>

똑같은 글이 아닌 나만의 글로 승부하라

최근 5년 정도 대학입시 이과 계열 논술채점을 했었다. 수백 장을 채점해야 하는데 끝까지 공정하게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불안해하면서 채점을 하다 보면 그러한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금세 알게 되곤 했었다. 놀랍게도 학생들의 답안지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했으며, 심지어는 문제의 구체적 내용과 관계없이, 예를 들면 생물과 관련 있는 문제는 개인의 생명 윤리와 법 제정에 관해, 전자정보관련 기술발전과 관련 있는 문제는 기술 발전의 필요성과 인간 소외에 대해 기술한 답안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찍어낸 것과 같은 답안들은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고, 그러니 결국 별다른 점수 차이 없이 변별력이 없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논술고사의 필요성 자체를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걸까? 어떻게 우리 어린 학생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유사한 답안지를 작성했던 것일까? 체계적으로 연구해보지 못하였으나 동료교수들과 주고받은 토론을 통해, 아마도 학생들이 논술의 예상문제와 답안을 속성으로 공부하고 암기하여 답안을 작성하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정답 찾기에 집중하는 우리 교육과 평가 방식에 익숙한 우리 학생들에게는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전문가가 제시하고 작성한 나름의 정답 논술을 외우는 것이 훨씬 믿음이 가고 편리한 것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매우 복잡하기도 하고 간단하기도 한 문제이다. 여기서는 간단한 측면만 생각하련다. 올바른 쓰기 교육이 되려면 일단 무조건 많이 써보게 하는 수밖에 없다 (너무 간단한가?). 요즈음의 교육환경은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매우 풍요로워졌다고 할 수 있지만 쓰기 교육은 웬일인지 국어 교육의 각 영역 중에서 가장 소홀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대학 입시가 학교 교육의 목표로 사실상 자리 잡으면서 일기쓰기, 독후감쓰기, 다양한 장르의 작품 써보기, 교내/외 백일장 등등의 글쓰기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정서적, 시간적 여유를 많이 주어야 한다. 글쓰기에 정답이 없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격려해주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나’를 키워갈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교실의 현실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도 한마디 더 덧붙이고자 한다. 아이들이 쓴 글은 누군가 반드시 정독하고 같이 교감해야 한다. 맞춤법과 문법을 고쳐주는 교정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에 반응해주고, 더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 한다. 나의 생각에 부모님이, 선생님이, 다른 어른이, 친구들이 공감하고, 같이 대화하는 경험이 우리 아이들을 조금 더 깊이 있는 인간, 더불어 삶을 이해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하는 좋은 토양이 될 것으로 믿는다.

유순지 경희대 교수

<배우며>

생각, 생각, 생각...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한번쯤 ‘논술’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나는 글을 못 써”라는 이유로 논술을 등한시하며 다른 전형에 집중하곤 합니다. 하지만 논술은 글쓰기 실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펼치는 시험입니다. 문예 창작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력보다는 안에 들어 있는 내용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논술고사를 잘만 준비한다면 정해진 답을 외우는 수능이나 내신보다도 더 즐겁게 공부하며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논술공부를 하고 싶다면 먼저 ‘왜 대학교에서 논술고사를 보는가?’라는 물음을 해보아야 합니다. 대학교는 수능과 내신성적만으론 판별되지 않는, 그러나 대학공부에 두각을 보일 수 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 논술고사를 실시합니다. 따라서 논술공부에 함에 있어서는 ‘성실함’으로 대변되는 수능이나 내신 공부와는 다른 덕목이 필요합니다. 바로 ‘독창성’입니다.

흔히 ‘독창성’을 ‘특이함’과 동일시해 어떻게 하면 특이한 답안을 쓸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공정한 채점이 가능해야 하는 만큼 대입 논술은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 즉 올바른 답안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대입논술에서 ‘독창성이 돋보이는 답안’은 남들과 다른 답안이 아니라 남들보다 깊이 있고 구체적인 답안을 뜻합니다. 따라서 논술도 노력여하에 따라 실력이 키워진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독창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폭넓은 독서를 추천하지만 저는 독서만큼이나 한 권의 책,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추천합니다. 논술고사는 단순한 암기력이 아니라 사고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많은 양의 책을 읽고 배경지식을 쌓은 다음 폭넓은 배경지식만으로 논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논술은 또 하나의 암기력 시험이 될 것입니다. 올바른 방향 안에서 남들보다 깊이 있고 구체적인 답안을 제시하려면 빠른 시간 안에 폭넓게 사고할 수 있는 학생이 유리할 것입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논술고사에서 출제 가능한 그 모든 주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논술고사는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시험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가 나오더라도 평소에 깊이 있고 유연한 사고력을 길러 놓는다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을 읽거나 생각해 볼만한 주제가 던져진다면 언제나 끈질기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글로 정리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만약 한 주제에 대한 집중력과 사고력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져 논술 문제를 푸는 능력도 눈에 띄게 향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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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엽 대학 2학년/ 박수엽님은 100% 논술전형으로 합격해 현재 고려대에 재학 중이다.


일기의 정석은 없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첫 번째는 읽으면 곧 알 수 있도록 쓴 글이다. 두 번째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곧 읽을 맛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이 세 가지를 통틀어 말하면 ‘감동’이다. - <살아있는 글쓰기> 중에서






언제부턴가 새학기 준비물에서 빠진 아주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일기장’이다. 필수준비물에서 개인의 선택 사항이 되어버린 일기장이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학교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그 후 아이들은 하루를 무엇으로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아이는 자신이 쓴 일기를 선생님이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참 좋았고, 그 덕분에 더욱 열심히 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출을 하지 않아서 안 쓰고 있는 상황이다. 선생님과 마음을 주고받고 싶은 아이들의 일기장은 학교 안에서 예전처럼 살아 숨쉬게 하는 게 좋을 듯싶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도 되짚어야 할 듯싶다.

일기는 글쓰기의 기초체력

일기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기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꼭 쓰면 좋다고 할까? 특히 아이들에게 더욱 강조하는 까닭은 뭘까? 정답은 살아있는 글쓰기의 기초체력이요, 뿌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길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나쁜 어른표 스티커’를주고 싶은 어른들이 있다. 아이들이 솔직하게 쓴 일기를 “왜 이렇게 썼니?” 하면서 지우고 포장을 하게 만드는 어른들이다. 그래서 아이의 글은 재미와 감동이 사라진 거짓글로 재탄생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쓰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은데 말이다. <해리포터>시리즈의 작가 조엔 K 롤링도 어린 시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꾸준히 쓴 게 훗날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축구선수 박지성도 일기를 쓰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고 힘들 때마다 마음을 위로하며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일기는 용기와 믿음, 꿈을 키워주는 대단함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은 간섭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잘 쓰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그 사이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들이 쭉쭉 뻗어나가고 공부도 집중해서 적극적으로 잘 하게 되고 꿈도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쓸거리보다 오감각을 깨워야

물질문명과 디지털문화, 방과후까지 학습에 로그인되어 아이들 하루는 바쁘다. 집에서는 아이가 조용히 있으면 잡생각 그만하고 공부나 하라 한다. 밖에 나가면 자동차들의 질주에 정신을 차리고 움직여야 한다. 귀에 꽂은 이어폰은 세상소리에 등을 돌린다. 손에 쥔 휴대폰은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켜 놓았다. 마음껏 세상과 놀아야 할 ‘오감각’들을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성미 급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쓸거리를 준다. 신문, 경제, 환경, 효도 등등 어떤 주제를 주더라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지 않은 글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글 속에 내가 있어야 쓸거리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말한다. “우리 아이는 일기 하나 쓰는데 30분 이상을 생각만 한다”고 말이다. ‘부모도 답답한데 아이는 얼마나 더 답답할까?’라는 상상을 해 보았는가? 마음껏 한 가지라도 스스로 해 보았다면 아이는 짧게라도 한 편의 명작을 남겼을 지도 모른다. 최근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덕분에 한국단편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시점에 따라 읽는 맛이 다름을 몸소 느끼고 있다. 주인공시점으로 쓴 글이 훨씬 감칠맛이 나고 재미있다. 그 글 속에 오감각이 살아있는 내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 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글을 쓰게 해주는 게 어른들의 몫이라 본다.

보호되어야 할 아이들의 삶

마지막까지 ‘아이들만이 우리들의 희망이다’라고 하신 이오덕 선생은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는 귀한 수단이고, 사람답게 기르는 가장 좋은 교육이다”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글감을 정하고, 얼거리를 잡고, 글을 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어른들은 기다리지 않는다. 생각중인 아이에게 글감을 정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강요를 하면서 결국 엄마의 생각을 쓰게 한다. 아이는 로봇이 아닌데...

제철음식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해 주듯이 제철교육 또한 아주 중요하다. 마음과 생각이 병들면 결국 몸도 앓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는 어린 아이에게 글씨를 가르쳐 그 상상력을 빼앗고, 그림책을 보는 아이에게 그림 대신 글씨를 손가락으로 짚으라 하고, 일기의 참맛을 느껴보지도 못 한 아이에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논술’이라는 걸 가르치려 하는 욕심쟁이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어린 나이서부터 ‘글쓰기는 힘든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쓴 아이에게 “창피하게 왜 이런 걸 쓰니?”가 아니라 “이런 글이 진짜 글이란다”라고 칭찬을 한다면 아이들도 그 재미에 푹 빠질 것이다. 이 세상에 글을 쓸 줄 모르는 아이는 아무도 없다. 종이에도 쓰고, 마음에도 쓰고, 하늘에도 쓰고, 바다에도 쓰고, 온 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순수한 자격을 갖춘 사람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보고, 느끼고, 만져보는 이 봄날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글 윤미라  홍보위원

경험 나누기_ 살아있는 생활글

                                                              우리집 명절 백일장

“시제는 설날, 가족, 행복, 공부입니다. 장원에게는 상금 3만원. 여기 똑같이 A4용지를 나눠줄테니 지금부터 30분 동안 시나 산문 등 형식은 자유롭게 글을 써오기 바랍니다. 자, 시작~.” 큰 고모부의 난데없는 제안에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 모두 뜨악한 표정이었다.

지난 설 연휴, 시댁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느 때처럼 먹고 치우고, 작은 아이들은 텔레비전에, 큰 아이들은 각자의 핸드폰에 폭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려의 한마디씩을 하던 중 갑자기 중학교 선생님이신 큰 고모부가 백일장 얘기를 꺼냈다. ‘과연 아이들이 따라줄까요? 특히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운 고학년 남자아이들이?’ 솔직히 많이 의심쩍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친척의 제안이라는 점과 평소 자주 보던 사촌들과 여서 인지 순순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글을 쓸 줄 아는 유치원생부터 고2까지 모두 8명의 사촌들이 색다른 게임을 하듯 흥분하며 집안 이 구석 저 구석에 자리를 잡더니 어느새 진지하게 백지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글 사이사이에 그림까지 그려 넣는 성의를 보여준 유치원생, 아무런 주저 없이 연필가는 대로 쓱쓱 써내려가는 활달한 아이, 시제를 정하는 것부터 골똘히 고민을 하던 초등학생 아이는 결국 한편의 동화를 만들어냈고, 나눠준 종이 말고 다른 도화지에 다른 펜으로 자신을 튀게 표현하거나 평소에 해오던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해낸 사춘기 아이들, 나름 배운 지식을 총 활용하여 운율을 맞추고 행을 가르며, 시어를 고른 고학년 아이들까지... 청중들의 반응도 평가에 참작하겠다고 하여 자신이 쓴 글을 가족들 앞에 나와 직접 낭독을 하게 하였는데 정말 예상치 못한 다양하고 값진 작품들이었다. 어느 한사람 잘 썼나 못 썼나가 중요하진 않다. 무엇보다 그동안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내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 각자의 재능과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생생한 숨결’이 느껴지는 글들이었기에 부모들의 감동은 물론이거니와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아이들도 친척이라는 편안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의 부담이 없어서인지 나름 느꼈을 글쓰기의 고충은 뿌듯함과 상쇄되어, 참으로 ‘놀이하듯 즐거운 백일장’이 되었던 것이다.

“일년에 한 번씩, 다음에는 어른들도 모두 참여하기예요~.” 상금 출자도 만만찮고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은 아닌가 싶으면서도 ‘내년엔 어떤 시제가 나올까’ 내심 기대가 되는 건 뭐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머리 감싸고 끙끙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글 채나연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