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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30 칼럼_ 은행나무 한 그루 심는 마음으로
칼럼 | Posted by 한살림사람들 2012.07.30 12:12

칼럼_ 은행나무 한 그루 심는 마음으로

기고_

 

은행나무 한 그루 심는 마음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옵니다. 후텁지근하고 습한 날이 이어지다 보면 우리의 몸도 마음도 축축해지고 불쾌지수는 높아만 갑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장마철이고 여름인 것을... 이럴 때에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짜증부리고 화내는 사람들이 괜히 좀 안돼 보일 수밖에요.


지난 6월 초에 상주지역을 다녀왔습니다. 포도와 사과 농사를 짓는 한살림 생산자들이 많은 곳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재작년 겨울의 강력한 추위로 인해 과일나무들이 얼어 죽거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등의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일반 작물들은 한번 피해를 보더라도 내년 농사를 기약해볼 수 있겠으나 과일은 또 그렇지가 못합니다. 나무를 심어 제대로 수확을 하기까지 적어도 5년은 걸립니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 사과는 많이 회복이 되었고, 포도농사도 대체로는 좋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피해가 심했던 농가들은 나무가 부실해져서인지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생기고 있습니다. 올해, 아니 내년까지는 어떻게 버텨보겠다고는 합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30몇년만의, 지역에 따라서는 100년만의 가뭄이라고 했습니다. 그 먼지 폴폴 날리는 땅속에서 기나긴 목마름의 시간을 보내고 조합원들께 물품이라는 이름으로 공급이 되었지요. 유난히도 알이 작습니다. 마늘, 양파, 감자들이 그렇습니다. 형편없어 보이는 물품을 보내는 이의 마음도, 또 그것을 받아드는 이의 마음도 함께 안쓰러울 수밖에요.


평균적으로 30% 정도, 많게는 50% 이하까지 수확이, 소득이 줄어들었습니다. 봄 작물로 소득이 줄어드니 가을작물로 만회하려고 더 많이 심으려 합니다. 또 내년에는 더 많이 심어보려 합니다. 그런데 기대하는 것만큼 뜻대로 척척 되는 게 농사가 아닙니다. 더 많은 투자를 하거나 일 년 내내 과도한 노동을 해야만 합니다. 젊고 여력이 있는 농부들은 그렇게라도 해보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농부들은 점점 농사에 대한 희망을 잃어만 갑니다. 이런 악순환이 벌써 여러 해째 반복이 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절기에 맞춰 파종하고 거둬들이는 농부의 지혜로운 삶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회복이 가능할까요?

 

100여년간 기온 1.8˚C가 오른 한반도, 그 여파

사람의 체온은 36.5˚C로 유지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1˚C만 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이마에 손을 대 보면 펄펄 끓는다며 병원에 가고 약국을 찾습니다. 반대로 -2˚C만 내려가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저체온 현상이 됩니다. 그런데 발 딛고 숨 쉬며 살아가는 이 지구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 때때로 벌어지는 이상기후들과 끔직한 재해들은 지구가 아파 몸살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라는 거지요.


지난 100여년간 한반도의 기온은 무려 1.8˚C가 올랐다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준이겠지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앞으로 100년간 5˚C가

량이 더 올라간다는 겁니다. 3년을 내다보며 살기에도 벅찬데 100년을 내다본다는 것은 정말 어렵기도 하고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대략 60여년쯤 후에는 서울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역이 지금의 부산과 같은 기후지대가 된다면 어떨까요? 겨울에 좀 덜 추워서 괜찮을까요? 그렇다면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폭염으로 죽는 사람도 늘어나고 열대야 기간도 지금보다 여섯 배 정도 더 길어진다면요? 겨울은 짧아지겠지만 폭설이나 한파 같은 순간적인 진폭은 더욱 커진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강력한 태풍이 더 많아지고 비도 엄청 쏟아지겠지요.


농촌은 또 어떨까요? 지역마다 기후와 풍토들이 달라서 그 조건에 맞는 작물들을 재배해 왔지만 이제 그 전통적인 구분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사과의 특성이 있는데 이제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생 사과농사기술을 익혀온 농부들은 사과나무를 뽑아들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녀야 할까요?
어떻게 하지요? 이런 피해들을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그 대책(대안)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우리 소시민들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대체로는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려 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강바닥을 파내고 둑을 높이 쌓습니다. 연중 냉난방 체계를 빈틈없이 갖춰 해결하려 합니다. 더 많이 더 크게라는 욕망을 멈출 줄을 모릅니다. 산업화 이래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결과물로서 온난화와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비극을 겪고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협동의 지혜를
은행나무를 ‘손자목’이라고도 부릅니다. 지금 어린 나무를 심어도 자기 세대에는 그 열매를 볼 수가 없고, 손자들이 클 때쯤에 이르러서야 나무가 크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다음 세대인 손자들을 생각하며 그런 마음으로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었을 겁니다. 이상기후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도 선조들처럼 우리 손자들을 생각하며 어린 은행나무 한그루를 심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슨 대단한 철학이 중요할까요? 크게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작은 실천 하나가 그런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도시에서 농촌에서, 도시와 농촌이, 사람과 자연이 서로 협동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다시금 일깨워야 할 때라고 생각해 봅니다. 바로 우리 한살림운동을 더욱 튼튼히 해 나가자는 겁니다. 작은 감자 한 알을 놓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불편해 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래서 내년에 대한 희망을 서로 만들어 가는...


구장회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