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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5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_ 우리차살림 김영기 이차성 생산자

 땅보다 하늘 평수 넓은 곳의 色, 香 그리고 은은한 녹차맛

 

이미경 홍보위원

 

 

 

 

백설 덮인 상상봉에 싹을 내는 차나무는 강풍에도 겁이 없다. 곡우 때는 땅 김 나고 우수경칩 봄기운에 강남제비 봄소식이 이내 품에 알려 왔소. 한잎 두잎 따는 손이 임의 생각 잊을까요.’(하동군 화개골 차 따는 노래)

 

어찌 건강한 노동요 한 수 없을 수 있겠는가. 하동군 화개 삼거리에서 쌍계사 벚꽃 십리 길을 나란히 흐르는 화개천 사이로 펼쳐진 차밭이 장관이다. 듬성듬성 소담하게 뒤얽힌 듯 단정하게 산정을 향해 줄지은 모습이 차의 고장을 실감케 한다.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다섯 시간을 달려 ‘우리차살림’ 김영기 이차성 생산자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근래 폭증하는 커피 소비량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녹차 생산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데, 취재일행을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어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짧은 기간 동안 분주했을 녹차 채취 기간이 끝난 후 망중한의 시간. 계곡을 사이에 두고 가파른 마을에서도 높은 집, 찻잎을 가공하는 작은 공장이며 살림채와 저온창고, 아담한 다실까지 오랜 세월 일궈온 정성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었다.

 

“올해는 봄철 고온현상으로 찻잎은 벌어지지, 일손은 달리지…, 그래서 애먹었습니다.”

차농사 역시 하늘이 짓는 농사임을 실감한다. 첫물부터 5~6일간 채취한 것은 우전(雨前), 그 후 5~10일 간의 것은 세작(細雀), 나머지는 발효황차(醱酵黃茶)로 가공된다고 한다. 올해는 4월 23일부터 5월 16일까지 6천여 평 모든 수확을 마쳤다니 얼마나 눈코 뜰 새 없이 보냈을지 짐작이 간다.

 

 

“재배비법이라카는 건 없어요”

김영기 생산자는 일행을 소박한 다실로 안내하며 차를 먼저 권했다. “자, 한잔 해 보세요. 우리 차라는기 보편적인 것이 우선 돼야지, 어디 문헌 한 귀퉁이 나온 것에 얽매어 구증구포(九蒸九曝)니, 다도(茶道)니 하는 격식 때문에 차를 더 멀리하게 하면 안 되죠.” 다소 의외였다. 한참이 지나도록 남다른 재배, 제조법이나 ‘우리차살림’만의 특징을 내세울 줄 모르는 야생의 어투(?)로 이어지는 말속에 해답이 있었다. “자연 그대로 찻잎을 정성스럽게 만들면 그만이지, 비법이라카는 건 없습니다. 내것 내세우려고 남의 것 평가절하하는 이야기는 자제해야지요.” 세상에 난무하는 ‘내세우기’에서 한발 비켜서 살아가는 듯 가는 길 곳곳에 즐비한 ‘차 명인 아무개’라는 타이틀에 마음 한 번 빼앗긴 적 없다고 한다. 부산에서 살면서 한살림부산 소비자 조합원이었다가 다 16년 전 귀농한 후 5년 전에 한살림 생산자로, 순수한 차 농사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이어지는 제조법에 따른 여섯 가지 녹차 종류 이야기, 생잎에 들어있는 폴리페놀(polyphenol)이라는 산화효소를 살짝 찌거나 볶아서 파괴시켜 녹색을 유지하는 녹차, 생잎을 덖어 산화발효시킨 반 발효 ‘청차’와 강 발효 ‘홍차’, 말리기만 하는 ‘백차’, 덖은 후 미생물발효로 만들어지는 ‘황차’, 후 발효차로 찻잎자체의 효소에 의한 산화효소와는 달리 미생물발효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흑차’로 보이차를 예로 들며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물론 꼼꼼하고 까다로운 제조법도 필요하고 존재하지만 옛날에는 손쉬운 보관 방법으로 짓찧어 떡덩이처럼 만들어 꿰어 말리는 ‘떡차’가 보편적이었다며 그 역시 특별하지 않다는 ‘우리차살림’ 차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야생차밭 모습대로 유지하면서 유기농퇴비 한 번 주지 않았다. 시기에 맞추어 채취한 잎을 280℃ 덖음솥에 2kg 넣어 덖고 비비고 건조기에 넣어 건조시켜 다시 손질해서 저온창고에 보관한다. 포장 전 찻잎 4kg을 80~100℃에서 3시간 정도 열처리를 하는데 이를 ‘가향(加香)’이라고도 한다. 열처리는 반드시 공급 직전에 이루어지는데 언제나 햇차 느낌이 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창이지(一槍二枝) 연록색 새순의 기상

평지라고는 빨래줄 내걸린 마당이 전부일 것 같은 가파르고 깊은 마을 어디에 생산자님의 차밭이 있다는 것일까. 높은 집을 다시 내려와 더 경사진 길을 오르는데 오 분 거리쯤이나 될까 숨이 차다. 평소 고소공포증이 심한 탓에 멈추어 선 채 가만 뒤를 돌아다보니 아찔하다. 바로 산 깊은 가르마 같은 길옆에 차밭이 있었다. 밭이라기보다는 산, 야생, 스스로 있는 모습이라는 자연(自然)이라는 말이 더 없이 어울리는 곳. 며칠새 새삼 같은 풀들이 점령하였다. 차나무를 휘감는 덩굴식물들은 모두 손으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니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어색치 않다. 야무진 진록의 잎들을 헤치고 연록의 새순이 일제히 반짝이며 일창이지(一槍二枝) 기상을 뽐내고 있었으나 이미 때늦은 등장이 아쉬울 뿐. 제철 수확도 끝났으니 장마가 오기 전 가지가 굵어지기 전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는데 곳곳이 돌투성이라 예초기 쓰기도 위험천만하여 부인 이차성 생산자는 맘 졸이며 남편을 기다린다고.

 

한 모금 차를 마시기까지 등 굽고 손 떨리는 농촌의 할머니들이 가파른 산을 오르고 그 일손도 부족해 구례 곡성 할머니들을 모셔오기도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커피 소비로 밀려나는 녹차 사정이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작년 대비 작년 15%, 올해도 공급량이 15% 정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따금씩의 반짝 수효도 없고, 알음알음 연고 판매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욕심 없는 삶이라지만 또 다른 대안으로 매실과 고사리 재배 면적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형편이란다.

그러나 밝다. 차근차근 김영기 생산자 자족하는 모습과 목소리 한톤 높은 이차성 생산자는 요가 강사로도 활동하며 베품에도 인색하지 않다. 땅보다 하늘 평수 더 넓은 곳의 색과 향기와 맛을 오롯이 풍기는 찻물 같은 웃음이 평화롭다. 그들의 힘은 갈증과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한 모금으로 우리 모두에게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